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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젼프로 리뷰 & 고찰

 

 

애플 비젼프로 리뷰 & 고찰

 
 

애플의 Vision Pro 가 출시되었다. 초기물량으로 8만대 정도가 풀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전 주문 물량은 일찌감치 매진되었다. 2015년 애플 워치 출시 이후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선보이는 셈인데, 애플은 VR이나 AR 이라는 말을 절대로 쓰지 않으려 한다. 공간 컴퓨팅 (Spatial Computing) 기기라고 굳이 주장한다. 애플은 자신들이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만들었다며 사람들을 가스라이팅하는데 아주 능한 기업이다.

애플의 Vision Pro는 23년 6월 5일 WWDC 에서 공개되었고, 올해 24년 1월 19일 사전주문을 시작했다. 국내에도 몇몇 얼리어답터 분들이 구매기를 올리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애플)

 

많은 얼리어답터 또는 리뷰어들이 Vision Pro에 대한 사용기를 쏟아내고 있는 와중에 The Verge의 Nilary Patel 의 리뷰가 가장 돋보였다. 사용기를 쓰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존경한다, Nilary. 리뷰를 요약하는 건 ChatGPT가 너무 잘하는 거일테니,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정리해 보자. 인간이 AI 보다 잘하는 게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리뷰의 고찰기라고나 할까. 그럼 시작해 보자.

The Verge의 Nilary Patel 이다. Vision Pro의 리뷰를 정말 꼼꼼하게 정리해서 올렸다. 덩치가 좀 있으시다, 이 분. 그래서 Visioin Pro가 굉장히 아담해 보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미지 출처)

 
 
 

 

 

비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3,499 달러 (약 465만원)이다. 비싸다. 그것도 엄청나게 비싸다. 애플도 인정한다. 그래서 뭐. 어차피 1세대 제품은 많이 팔려고 내놓는 제품이 아니다. 살 사람들은 산다. 이 사람들에겐 가격이 장벽이 되지 못한다. 중요한 건 비싼 만큼의 값어치가 있냐는 점이다.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판단해 보자

3,499달러다. 진정한 가격 파괴는 애플의 전문 분야다. (이미지 출처)

 
 
 

 

 

무겁다

 

모두가 동의한다. (리뷰어인 Nilary 는 꽤나 머리가 크다. Vision Pro 가 꽤 작아 보이고 아담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기는 하다) 장착하는 방식에 따라 600~650g 이다. 외부 배터리를 뺀 무게가 이정도다. 배터리를 포함시키면 1kg 에 육박한다. 애플도 이건 아니라 생각했는지 배터리를 외부로 뽑아 내었다. 남들 못하는 기술들을 때려 넣으려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겠지만, Nilary는 30분 이상 착용하기가 좀 버거웠다고 고백한다. 개인적으로 난 목디스크가 있다. 헤드셋도 무거워서 사용을 못하는데, Vision Pro는 내게 벽돌을 쓰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할 것이다.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가 682g 이다. 머리에 쓰는 아이패드 프로 라는 말은 비아냥이 아니다. 진실이다.

600g이 넘는 무게도 무겁지만, 무게 비중이 거의 앞 쪽에 다 쏠려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지 출처 : 애플)

 

궁여지책으로 배터리를 외부로 분리했다. 외부 배터리의 무게가 353g 이니, 정말로 합치면 거의 1Kg에 육박한다.  (이미지 출처)

 
 
 

 

 

대단한 디스플레이

 

양쪽을 합쳐 2,300만 픽셀의 MicroOLED는 정말 대단하다. 영화나 콘텐츠를 시청할 때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고. 양쪽에 따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완벽한 3D 영화 시청도 가능하다. Vision Pro의 가격이 이렇게까지 올라간 건 이 디스플레이 때문이다. 이만한 디스플레이라면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이 엄청난 TV를 누군가와 함께 공유할 수 없다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영화 감상은 정말이지 끝내줄 것 같다. 모든 리뷰어들이 화질 하나는 인정하는 셈 (이미지 출처 : 애플)

 

2,300만 픽셀의 MicroOLED 다. 얼마나 비싸겠는가!  (이미지 출처)

 
 
 
 

 

 

막혔지만 안경같다 - 패스스루

 

Vision Pro가 고글처럼 투명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있는 것 같은데, 아니다. 앞이 꽉 막혀있다. 고글의 느낌이 나도록 글래스 처리를 했고, 저해상도 OLED를 외부 전면에 부착해서 내 눈을 외부 디스플레이에 비치는 방식인거다. 사실 속임수다. 아무튼 이 부분은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패스스루 기능으로 돌아가자면 AR 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기를 쓰고 있어도 실제 환경을 고스란히 볼 수 있어야 하는 거다. 유리가 아니라 막혀 있으니 이런 경우 외부 카메라를 사용해서 내부 디스플레이에 비추는 방식으로 외부 실제 환경을 보여주는 기술이 바로 패스스루 (Pass Through) 기능이다. 메타의 퀘스트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애플이 대단한 건 엄청난 디스플레이 해상도에 놀라운 비디오 처리 기술을 합쳐서 가장 뛰어난 패스스루 성능을 보인다는 점이다.

정말 훌륭하지만 Nilary는 얘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면에서 비디오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하게 됩니다.” 그리곤 이렇게 재치있게 말한다.

 

“Vision Pro는 ‘그곳(가상현실)’에서 만든 것 중 최고지만, ‘여기(현실)’ 만큼 좋지는 않습니다”

외부의 저해상도 OLED에 눈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애플은 말한다. 그런데, 저렇게 보이는 눈과 아이 컨택하면서 얘기하고 싶을까?  (이미지 출처)

 

Vision Pro의 패스스루 기술은 현재 나와있는 모든 VR 기기 중 최고다. 하지만, 깜빡임 현상과 모서리의 왜곡 등이 있고, 조도가 낮은 곳에서는 확실히 해상도의 문제가 발생한다. 역시 진짜는 아닌 셈이다. (이미지 출처)

 
 
 

 

 

눈이 마우스, 손가락이 버튼

 

애플은 기기와 인간의 인터페이스를 혁신해서 성공한 기업이라 볼 수 있다. 컴퓨터에서 마우스라고 하는 인터페이스를 시장에 선보였고 (사실은 제록스의 발명을 카피한 것이긴 하지만), 손가락 터치 방식으로 스마트폰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이젠 눈이다.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 마우스를 대체한다. 그리고 손가락의 제스처로 버튼과 여러 기능들을 대신한다. 지금까지 출시된 제품 중 이 방면에선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 처음엔 마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느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이젠 손가락이다. 허공에 대고 저렇게 하면 동작이 된다.  (이미지 출처 : 애플)

시선이 닿으면 아이콘이 저렇게 활성화 된다.  (이미지 출처 : 애플)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보통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할 때의 입력 매커니즘은 내 시선과는 독립적으로 동작된다. 문서 작업을 하면서 시선을 키보드로 늘상 가져갈 필요가 없고, 어떤 동작을 할 때도 시선은 그렇게 복잡하게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Vision Pro에서는 동작을 위해 끊임없이 눈동자를 움직여야 한다. 혹시라도 잘 선택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시선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돌리고 다시 해당 아이콘으로 눈동자를 맞춰야 하는 일이 종종 반복되었다고 Nilary 는 말한다.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손목 증후군이라는 게 종종 생기곤 한다. 앞으론 눈동자 증후군 같은게 생길지도 모른다. Vision Pro를 사용하기에 앞서 이경규 옹께서 잘하시는 눈동자 굴리기 스트레칭을 충분히 연습해야할 지도.

눈동자를 트랙킹하는 최고의 기술을 구현했지만 아직 완벽하진 않다. (이미지 출처 : 애플)

 

이경규 옹의 눈동자 돌리기 기술이 애플 때문에 다시 주목받을 수도 있겠다. (이미지 출처 : tvN)

 
 
 
 

 

 

비젼OS

 

새로운 기기이니 새로운 OS가 필요하겠지. 하지만 이번엔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iPadOS 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게 얼마나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냐 하면 현재 사용되는 iPad 앱 라이브리를 거의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관련된 서드파티 생태계를 훨씬 더 빨리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 YouTube, Netflix 같은 전용 앱은 현재는 지원하지 않는다 (당장 8만명의 유저를 위해서 앱을 새로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하겠지.) 아무튼 가장 익숙한 형태의 인터페이스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Vision Pro의 장벽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애플은 누가 뭐래도 이런 점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부정하지 못하겠다.

비젼OS는 iPadOS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관련 라이브러리를 거의 그대로 사용한다. 아주 익숙한 화면이다. 애플의 생태계는 이렇게 확장된다. (이미지 출처 : 애플)

 

다만 현 시점에서 Vision Pro를 사용해서 활용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다는 건 문제다. AR을 강조했지만, 실제 AR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이 많지 않다. 피트니스나 건강 등 관련된 활용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 놨지만 실제 그런 게 아예 없다. 사실 이런 앱이 있다고 해도 이걸 쓰고 움직이고 운동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거추장스럽다. 배터리도 외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Vision Pro를 매달고 스트레칭을 하다간 목이 나갈 수도 있다.  

Vision Pro로 활용할 수 있는 AR 애플리케이션이 많지 않다. 앉아서 심호흡 정도는 괜찮을 지 모르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이미지 출처 : 애플)

 

그래도 Mac 을 쓰는 이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은 디스플레이 공유가 아주 잘 동작된다는 점이다. 맥북의 화면을 Vision Pro에 뿌리면 키보드와 마우스로 Vision Pro 환경을 그대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마치 50인치 디스플레이가 생긴 것처럼. 사실 이 지점에선 좀 군침이 돈다. 50인치 화면을 까페에서 일하면서도 쓸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Vision Pro를 쓰고 까페에서 일하는 내 모습을.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런 오타쿠가 따로 없다. 당장은 말리고 싶다.

애플 생태계에서 디스플레이 공유는 매우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Vision Pro는 가장 거대한 디스플레이 공유 장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까페에선 아직 좀 그렇다. 난 힘들 것 같다. (이미지 출처 : 애플)

 
 
 

 

 

정리

 

이제 정리를 해보자. Vision Pro의 좋은 점과 별로인 점을 요약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 최고예요

  • 디스플레이와 비디오 패스스루 기술은 정말 최고.
  • 손과 눈 추적 시스템은 현재까지의 그 어떤 기술보다 발전했다
  • 애플 생태계와 아주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작동
  • 이걸 착용하고 있으면 누구나 인싸가 된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 별로에요

  • 아주 비싸다.
  • 아주 무겁다
  • 쓰고 나면 화장과 머리가 망가진다
  •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부족하다
 

애플이 출시하면 아무튼 세상의 관심을 독차지 한다. 사람들이 알아서 마케팅을 해주니 애플은 얼마나 신이 날까.  (이미지 출처 : 애플)

 
 
 
 
 

 

 

그래서 당신은 원하는가?

사실 Nilary 리뷰의 백미는 마지막에 있다. 결국은 가장 상식적인 질문에 애플의 이 새로운 기기가 어떤 대답을 해 줄 수 있느냐이다.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이 되려면 Vision Pro가 아래의 질문들에 대해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을까에 있지 않을까?

  • 당신은 사용할 때마다 머리가 엉망이 되는 컴퓨터를 원하는가? Yes or No
  • 당신은 사용할 때마다 화장이 번지는 컴퓨터를 원하는가? Yes or No
  •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 쉽게 보여줄 수 없는 컴퓨터를 원하는가? Yes or No

Vision Pro를 사용하고 나면 머리가 망가지고 화장이 지워진다. 이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집에서만 사용하는 디바이스가 된다면 애플이 말하는 공간 컴퓨팅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미지 출처)

 

그리고 또 Nilary가 사묭하면서 느낌 건 Vision Pro가 너무도 외로운 경험이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게임 콘솔로 진화해 온 기존 다른 VR 헤드셋의 경우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명분이 있다. 하지만, 애플 스스로 주장한 것처럼 Vision Pro가 공간 컴퓨팅 장치로서 작업과 활용의 영역으로 확장된다고 하면 이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집중력도 좋지만 잘못하면 외톨이가 되어 버린다. 동료들은 당신을 혼자 놔두고 자기들끼리 점심 먹으러 가버릴 지도 모른다.

이렇게 혼자 일하고 있다간 동료들이 당신만 놔두고 자기들끼리 밥 먹으러 갈 지도 모른다. 조용히.. (이미지 출처 : 애플)

 
 

사실 이번 Vision Pro는 1세대 제품이다. 아이폰도 3세대에 와서야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애플의 Vision Pro가 애플 불패의 신화를 계속 써줄지 아니면 오타구 기기로 반짝했다 사라질 기기가 될 지는 좀 더 기다려 봐도 좋겠다. 내 경우는 그렇다. 지금보다 훨씬 가볍고, 절반 정도의 가격에 출시된다면. 그리고 머리가 망가졌을 때를 대비해서 개인 왁스를 덤으로 끼워준다면 그 때쯤은 Vision Pro를 구매할 의향도 있다.

헤어 스타일이 망가지는 건 난 용서 못한다. 그렇지만, 정말 어느 날엔가, 머리를 밀고서라도 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릴 지도 모른다. 애플은 그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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