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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TY 자판배열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불확실한 세상에서 계획세우기 전략

 

 

 

불확실한 세상에서 계획 세우기 전략

 

안녕하세요, 잇츠맨의 안철준입니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가 시작되면 모두들 저마다의 계획들을 세웁니다. 운동, 영어공부, 금연, 금주, 독서 등 항상 등장하는 신년계획의 단골 메뉴들이 있죠. 하지만 대부분 계획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나약한 정신력과 의지력에 실망하며 “내가 그럼 그렇지, 뭐 그렇게 힘들게 살 필요 있나” 하면서 신년 계획의 리셋버튼을 누릅니다. 새해엔 이렇게 될거라는 숱한 전망들은 또 어떤가요? 1년을 마무리하면서 돌아보면 신념의 예상치를 벗어난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전문가라 해도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느냐 하면, 세상은 우연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새해 계획을 빼곡하게 세우곤 하지만, 보통은 작심삼일로 끝난다. 하긴 계획이 실패해야 또 다른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까.

 

슈테판 클라인의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에서 우리가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실은 우연에 지나지 않으며, 숱한 우연의 편린들이 모여 오늘의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연의 사건들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성장시키고 생존해 나갈 효과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요?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은 이에 대한 꽤 의미심장한 해답을 내놓습니다.

슈테판 클라인의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은 불확실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매우 합리적이고 일리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우연의 속성에 대해 불편해 할 수 있다. 왜냐면 인간은 원인을 찾지 못하면 불안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은 명확한 원인과 결과란 없는 데도 말이다.

 

 

 

엔트로피의 법칙

 

세상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법칙을 골라야 한다면, 열역학 제2법칙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엔트로피의 법칙으로 알려진 열역학 제2법칙은 세상은 복잡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그 반대는 자연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우유와 커피를 섞으면 커피우유가 됩니다. 복잡도가 증가하죠. 하지만 섞인 커피우유를 다시 커피와 우유로 분리해 내는 건 안됩니다. 이게 엔트로피의 법칙이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TENET]의 모티브가 된 원리죠. 열역학 제2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은 불확실성의 세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세상은 결국 불확실성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을 우리는 우연이라고 부릅니다.

아내가 너무 좋아하는 커피우유. 사실 우유를 사서 거기에 커피를 타먹으면 이 맛이 나지 않는다. 서울우유는 이 커피우유에 무슨 짓을 한걸까?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는 유전적 우연성에 기반한 생명의 연속성을 설명합니다. 좋은 유전자라고 해서 다 살아남는 게 아니라 우연히 살아남은 개체의 유전적 형질이 우성이 되어 자손을 이어가는 겁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종의 다양성이 더 유리합니다. 우연이 힘을 발휘하여 생존의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진화를 성공시키는 방향입니다. 좀 냉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더 좋은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데 성공한 종이 이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키보드 배열인 QWERTY는 빨리 타자를 치지 못하게 해서 타자기가 고장나지 않도록 설계된 배열입니다.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설계된 키보드 배열 QWERTY가 21세기에도 살아남았습니다. 쥐라기 시대의 종말은 거대한 운석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 억년 간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우연히 떨어진 운석에 의해 멸망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인류를 포함한 포유류가 지구 생명종의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단순히 우연에 기인한 겁니다. 인류는 우연의 산물입니다.

Qwerty 자판은 타자기가 고장나지 않도록 천천히 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비효율적으로 고안한 배열이다. 이런 비효율적인 자판배열이 살아남았다. 좋은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토끼가 여우에게 도망가는 방법

 

토끼가 여우에게 살아남으려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압도적 속도차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토끼가 여우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그재그로 도망치는 것입니다. 여우가 예측할 수 없게 갑자기 방향을 틀면 여우는 가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틀기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이런 예기치 못한 방향 전환들이 쌓여서 여우는 결국 지치게 되고 결국 토끼는 여우를 따돌리고 살아 남을 수 있게 됩니다. 가위바위보는 가장 단순한 확률게임입니다. 수많은 실험과 테스트를 통해서 밝혀진 가위바위보의 승리 비법은 상대가 예측할 수 없도록 무작위로 선택하는 겁니다. 죄수의 딜레마라고도 알려진 게임이론에서도 불확실성에 기반한 전략이 가장 승률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예측가능한 것은 실패합니다. 우연이 승리의 키워드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토끼는 지그재그로 도망치면서 여우를 지치게 만든다. 예측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가위바위보도 그렇고, 게임이론도 그렇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좋은 선택을 하려면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가장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입니다.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무엇이 내게 최선일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걸까요? 인생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해볼까요? 교회에 가서 기도를 드려야 하나요? 신묘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 내 미래를 보여달라고 해야할까요? 슈테판 클라인의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의 몇가지 제안은 이렇습니다.

 
  • 선택의 폭을 줄여라 - 복잡하게 얽힌 상황은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들죠. 사실 완벽하게 모든 가정들을 이해하고 파악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선택의 요소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을 때에는 중요한 요소와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로 구분합니다. 그리곤 중요하지 않는 것들은 선택에서 무시하라는 겁니다. 복잡한 문제의 경우 단순한 사고가 오히려 승산이 있습니다.

 
  •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담아라 - 불확실한 요소는 도처에 산재해 있습니다. 실패와 성공의 가능성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담아두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실패의 가능성을 헷지해야 합니다. 옳바른 투자 전략은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확률을 분산시키는 겁니다. 이런 전략은 막대한 이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엄청난 손해 역시 막을 수 있습니다.
 
  • 낯선 사람을 만나라 - 자신을 불확실성 속에 던져 넣은 연습을 해야 합니다. 생명 진화의 성공 열쇠도 다양성에 기반한 우연의 선택에 있습니다. 인생의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안전하고 곧은 길만 선택해서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강도가 높으면 부러집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안티프레질>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부러지지 않으려면 부드러워져야 하고 이는 다양함을 통해 촉발될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들을 가급적 자주 만나세요, 낯선 공간으로 자주 찾아 나서세요. 늘 보던 사람과 공간을 벗어나 낯선 기회들이 기회의 순간들로 열릴 수 있을 가능성의 공간을 활짝 열어 두세요.

 

 
  • 너무 구체적인 계획은 실패한다. - 신년에는 다들 꼭 달성하고 싶은 소망들을 꼼꼼하게 계획합니다. 하지만 상황은 항상 다양한 변수들이 요동치게 마련입니다. 며칠 동안은 계획에 맞춰 딱딱 진척이 되지만 좀 지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약속이 생기기도 하고, 몸이 좀 안좋아 지기도 하고, 또 급한 업무로 정신없이 바빠지기도 하는 상황에 마주치게 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너무 당연하고 일반적입니다. 여러분이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으시던 세상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너무 꼼꼼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지와 우연을 전제로 하는 여유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계획을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계획은 설렁설렁 세울 때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라니요.
 

세상에 확실한 안전이라는 것은 없고 존재하지 않고 기대해서도 안됩니다. 우연은 벼락처럼 다가올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치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살아내는 힘은 우연과 가능한 친해지려는 전략을 최우선적으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우연에서도 우리는 이익을 취할 수 있습니다. 옳바른 전략과 태도를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우연의 가능성을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성공의 가능성들이 활짝 열릴 수도 있을 겁니다.

 

올 한해는 무엇보다 낯선 것들에 도전하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우연이 선사하는 깜짝놀랄 선물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테니까요.

 

낯설게

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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